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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연구자/집필자/운영강사)

  • 관리자
  • 2016-07-28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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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문화감수성이 필요합니다.

 

양승주(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다문화감수성증진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연구가 2013년에 나왔으니 벌써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연구가 끝난 이후 발 빠르게 현장 적응형 프로그램이 구체화되었고, 이들 프로그램을 시행할 전문가 양성 교육이 체계화되었으며, 또한 많은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감수성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해당 접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감수성교육 시행체계를 마련한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기획 및 실행 역량에 경의를 표한다. 연구자의 일원으로서도 매우 행복하다. 아주 드문 경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왜 다문화감수성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는지를 말하고 싶다. 현장에 다니다보면 다문화에는 이런 저런 용어들이 많은데 도대체 차이가 뭐며, 꼭 그렇게 복잡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질책에 가깝다. 사실 할 말이 없다.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다. 예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가 다문화라는 인식이었다. 현재의 지배적인 인식처럼 다문화가 피부색, 인종, 출신국 등에서 소수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자문화, 주류문화, 그리고 타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감수성은 다수자와 소수자,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없는 용어로서 의미가 크다.

 

또 다른 점은 다문화감수성에서는 감정의 중요성을 부각했다는 사실이다. 그간의 교육에서는 합리성,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감정의 역할을 소홀히 다뤄왔다. 감정을 이성에 반해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감정을 누르는 것이 교양의 덕목으로 이해되었다. 사람은 이성적 존재로, 지식을 통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교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근 학문의 영역에서도 감정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다문화교육처럼 단순한 지식의 전수가 아니라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교육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지식은 행동을 낳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행동은 감정과 지성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교육영역에서 감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다문화감수성의 용어 사용이 중요했다.

 

이처럼 다문화감수성 교육개발에서 취한 원칙의 이점은 학교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6,7월에 걸쳐 전국에 있는 다문화 중점학교(다문화학생과 일반학생 간의 어울림 통합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많은 학교의 고민이 이주배경학생들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프로그램 참여도가 저조하다는 문제였다. 새삼 다문화감수성교육의 필요성을 더더욱 실감했다. 다문화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배경 학생들이 과다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환경은 일반 학생에게도 이주배경 친구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보다 못한 친구를 돕는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경향이 크며, 이것이 이주배경학생에게도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주배경학생들에게는 우리 모두 다문화라는 접근이 심리적, 정서적 부담을 덜 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자신처럼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는 자각은 소수자에게 큰 각성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 학생들 역시 다문화가 나와 다른 일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함으로써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여행, 유학, 취업 등 여러 계기로 앞으로 이들이 글로벌 사회의 일원이 될 텐데 그에 걸맞은 규범과 행동을 배울 수 있을 뿐더러 글로벌 세계에서 아시안, 코리안으로서 언제든 자신들이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각성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다문화감수성 교육을 통해 출신국, 인종, 피부색, 남녀, 계층, 장애-비장애, 성격(외향-내성), 도시-농촌 등으로 확장함으로써 학생들이 통상과 다른 구분으로 생각할 기회를 주고 모든 학생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다문화감수성 교육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낮은 편이어서 안타까웠다.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연구팀은 다문화교육이 그저 세계의 다양한 문물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것에 그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체계를 갖춘 다문화교육과정 개발에 주력했었다. 그 결과 교육 내용에 있어서 3개영역(다양성, 관계성, 보편성)과 이들 영역에서 핵심역량을 선정하여 인정, 관용, 수용, 공감, 소통, 협력, 반차별, 반편견, 세계시민성 등 9개 역량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구체적 프로그램의 제시 보다는 기본적 프레임 개발에 더 의의를 둔 것이었다. 따라서 다문화감수성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교육의 실행과 피드백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교육프로그램 또한 교과연계 프로그램과 비교과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변화된 상황에 맞게 교육 프레임 또한 혁신하는 순환과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프로그램 개발주기를 3-5년으로 해서 주기적으로 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피드백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고, 교육 프레임을 개선하는 과정을 체계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의 다문화감수성 교육개발에서 특히 반차별-반편견 교육과 갈등해결 역량이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의 다문화정책과 관련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차별 금지법의 제정'이지만, 현재 인종차별 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아 우리 사회의 피부색, 인종 등에 대한 차별 감수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온라인상에서는 인종 혐오적인 발언 등 꽤 높은 수준의 차별 상황이 노출되곤 한다. 학교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외모, 피부색 등으로 친구들을 노골적으로 놀리는 경우가 많은 데, 대체로 특별한 반감보다는 문화감수성의 부족 탓이 크다. 고학년이 되고, 중등학교 단계에 가면 적극적 배척보다는 은근한 구별과 배제의 언어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교육을 통해 피해 학생의 감정, 느낌에 대한 공감을 일깨우고, 서로가 차별적 언어와 행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언어를 분명히 제시하고 익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솔직히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개발 연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청소년 대상의 심층면접이었다. 이 때 알게 된 일반 청소년들의 솔직한 생각과 요구는 이후 나의 모든 연구나 교육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다문화는 좋은 거잖아요, 밝게 그려주세요.’, ‘딱히 구분 없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다문화가 일상처럼 익숙해지게 교육되면 좋겠어요.’어느 책이나 교육에서도 얻을 수 없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다문화감수성 교육개발의 목표, 즉 청소년의 글로벌 시민역량 강화, 이주배경청소년의 사회통합, 그리고 다문화교육의 활성화를 실현하기 위해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기왕의 기획과 실행력은 물론 모든 청소년들의 친구가 되어 이들의 생각과 요구를 담아내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주길 기대한다.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감수성 교육

 

장해숙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집필교사)

 

학년 말이면 학교에서는 일 년의 교육과정을 평가하고 내년도 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설문조사를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본교 학교 경영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는 칸이 있는데 작년, 올해 우리 학교 설문조사 중 나온 것이 학교가 다문화학생을 위한 교육활동을 더 많이 진행하면서 일반학생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다른 의견 중에도 표현은 달리 하고 있지만 정리하면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중도입국학생들을 위한 특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다문화예비학교이고 또한 다문화학생 밀집 거주 지역에 위치하여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다문화 중점학교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과 활동이 일반 학교들에 비해 많이 진행되기는 한다. 하지만, 일반 학생들의 부모 입장에서는 당신들의 자녀가 받아야 할 혜택이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학부모들에게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예비학교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진행하면서 주변 선생님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일반학생들 중에도 기초 학력이 안 되어서 공부를 못 따라가는 학생들이 많은데, 왜 국가 예산을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다문화 예비학교 대상자는 국제결혼가정이나 외국인가정의 중도입국학생으로, 저희 학교는 중국, 특히 조선족학생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 중에는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외국인으로 등록으로 되어 있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에게 더 많이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학부모나 선생님의 이야기는 사실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 말고도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주민을 우리와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이 갖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존중하고 인정하자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당연 존재한다.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폭행 같은 여러 비인간적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강조하면서 공교육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럴 때 요구되는 다양한 주제의 인성교육 가운데 다문화감수성 교육이 강조된다면 다문화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문화감수성 교육이란 다문화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대상자들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모두를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하고 우리는 모두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 글에서도 다문화학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 중에 다문화 가 아닌 학생이 있을까?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며, 학생 각 개인이 모두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은 집합체가 우리이다. 당연히 너와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학생들이 받아들이고 일상 속에서 말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문화감수성 교육이다. 모든 사람들이라는 범위에는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생각만이 옳은 것으로, 지켜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고 그들 역시 한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조화롭게 다수자들과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다문화감수성 교육의 핵심이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다문화감수성이 키워 진다면 당연 이 사회에서 소수자의 입장에 서 있는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그들에게 제공되는 기본적 교육이나 사회복지 지원 역시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이 끝난 후, 프로그램 교육을 받았던 한 담임 선생님께서 이번에 진행된 다문화감수성 교육 너무 좋았다. 그 동안 학교에서 진행되던 인성교육이나, 인권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이 교육만 받아도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수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며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아이들에게 서로 문제가 있고 갈등이 생겼을 때 다문화감수성 교육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니 라고 물으면 아이들 스스로 답을 생각해 말한다고도 한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할 때 우리는 흔히 피해자가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자를 나오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다수의 집단이 되면 혼자일 때는 할 수 없었던 행동을 하게 되고 소수의 입장이 된 사람은 스스로 잘못을 하지 않아도 아무 이유 없는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이 주변 친구들의 역할이다. 방관자는 다수의 입장에 서야만 그 자신이 소수자가 되어 당하게 되는 폭력과 따돌림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깨뜨리고 소수자의 입장에 서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용기 있게 나서 도움을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용기에 호응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점점 많아지면 그 또한 다수가 되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다문화감수성 교육 역시 이러한 방관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내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울타리 같은 사람을 길러 내는 교육. 또한 그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한 사회로 만들 수 있게 함께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 시작은 너와 나의 관계에서 시작해서 좀 더 폭넓은 관계를 맺고 소통하기 위해서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 대상에 대한 아무런 차별과 편견 없이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내용들이 다문화감수성 교육의 주제들이기에 많은 학생들이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서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는 청소년 다문화감수성증진 프로그램을 접하고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앎과 삶이 소통하는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이연이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운영강사)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다가감)을 진행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나는 과연 다가감 강사로 거듭나기 위한 어려운 강사 선발과정을 거쳤을 때의 초심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지, 또한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감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얻고 있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학교와 학년, 학급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보람도 있었지만, 한계를 경험한 것도 사실이다.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은 강사와 학생들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 그 목표 달성이 요원할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때까지 길을 잃고, 또 하나의 과외 활동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매 회기에서 구현하는 활동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짚어주고,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강사의 역량과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첫째 날, 1·2회기에서의 프로그램의 구조화가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첫째 날 소통의 통로가 얼마나 열리느냐에 따라, 전체 회기의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다문화감수성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첫째 날, 학생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물어보면, 대개 흑인,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다문화가정이란 답변을 들을 수 있는데, 그에 대해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에서 나누는 다문화란 나와 다른 다문화 가정의 의미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교실 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취향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생활하듯이 다양한 문화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강사의 그와 같은 설명을 듣고 눈초리에서부터 어느 정도의 경계심을 드러내는 중학생들조차 큰 이견을 표현하지 않는 것을 보면 대부분 다양한 문화가 개개인의 삶 속에 녹아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문화를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에 대해서는 지구가 만약 100인의 마을이라면의 자료 영상을 빌림으로써 전달하는데, 아무리 산만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진지한 태도를 보이며 감상함에 따라, 동영상을 시청한 후 학생들이 지금 느끼는 먹먹한 맘의 울림이 감수성임을 소개하는 것이 강사의 열 마디 말보다 효과적이었다.

 

이렇게 첫째 날 1·2회기를 실시한 후, 일주일 만에 다음 회기의 진행을 위해 교실에 들어섰을 때 강사에게 보이는 학생들의 반응에서 앞으로 진행될 프로그램이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지에 대해 지금까지 다양한 학교와 학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경험을 비추어 보면, 윤곽이 직감으로 느껴진다. 그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인데, “다가감 선생님이다”, “안녕하세요?”라며, 강사에게 관심을 보이는 학급은 다가감의 주제 전달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고, “오늘도 사탕 주나요?”라고,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강화물에 관심을 보이는 학급의 경우 프로그램을 마치는 날까지 에너지가 적지 않게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

 

다가감 프로그램은 활동을 통해 느끼고, 그 느낌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해가 거듭될수록 경쟁이 치열한 교실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는데 있어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없지 않다. 거기에 덧붙여 학교 현장에서는 너무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외부기관에서 파견되는 강사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고, 그 프로그램을 접하는 학생들이 과연 각각의 프로그램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은 그 대상을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교육을 통해 학교현장 구성원 모두가 그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문화란 다름을 인정해야하는 것이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인성교육으로써의 교육적 이상과 상담기법이 접목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감 강사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는 높낮이가 다르게 매달린 과자를 먹기 위해 키가 작은 친구를 들어 올려주면서까지 먹도록 배려했던 키 큰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고,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배우고 싶었던 뮤지컬 프로그램 대신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학생들이 회기가 진행되는 동안 소란스럽고, 장난 섞인 반응을 보이다가 소수자의 맘을 공감하기 위한 한걸음 앞으로, 한걸음 뒤로의 활동을 참여한 후 침묵하며,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촌”, “다문화 사회라는 시대적 흐름은 학생들에게 있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연적인 변화이고, 그 점에서 앎과 삶이 소통해야만 맘의 울림을 가능하다는 것을 3년차 다가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절감할 수 있었다.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인 맘의 울림이 좀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학생들의 생각과 요구를 읽어내려는 노력과 결과를 중시하는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통해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교육현장의 여건을 반영하지 않은 다문화감수성 교육은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것일 수 있다는 어느 교수님의 일침을 되새기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 교육에 대한 다수자 일반학생들의 인식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처럼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무지개청소년센터)과 일선 학교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강사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열정이 요구되며, 주어진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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