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재단

Newsletter

[칼럼] 다문화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연구자/집필자/운영강사)

Writer
관리자
Date
2016.07.28
Views
4723


우리는 다문화감수성이 필요합니다.

 

양승주(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다문화감수성증진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연구가 2013년에 나왔으니 벌써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연구가 끝난 이후 발 빠르게 현장 적응형 프로그램이 구체화되었고, 이들 프로그램을 시행할 전문가 양성 교육이 체계화되었으며, 또한 많은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감수성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해당 접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감수성교육 시행체계를 마련한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기획 및 실행 역량에 경의를 표한다. 연구자의 일원으로서도 매우 행복하다. 아주 드문 경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왜 다문화감수성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는지를 말하고 싶다. 현장에 다니다보면 다문화에는 이런 저런 용어들이 많은데 도대체 차이가 뭐며, 꼭 그렇게 복잡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질책에 가깝다. 사실 할 말이 없다.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다. 예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가 다문화라는 인식이었다. 현재의 지배적인 인식처럼 다문화가 피부색, 인종, 출신국 등에서 소수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자문화, 주류문화, 그리고 타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감수성은 다수자와 소수자,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없는 용어로서 의미가 크다.

 

또 다른 점은 다문화감수성에서는 감정의 중요성을 부각했다는 사실이다. 그간의 교육에서는 합리성,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감정의 역할을 소홀히 다뤄왔다. 감정을 이성에 반해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감정을 누르는 것이 교양의 덕목으로 이해되었다. 사람은 이성적 존재로, 지식을 통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교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근 학문의 영역에서도 감정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다문화교육처럼 단순한 지식의 전수가 아니라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교육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지식은 행동을 낳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행동은 감정과 지성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교육영역에서 감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다문화감수성의 용어 사용이 중요했다.

 

이처럼 다문화감수성 교육개발에서 취한 원칙의 이점은 학교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6,7월에 걸쳐 전국에 있는 다문화 중점학교(다문화학생과 일반학생 간의 어울림 통합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많은 학교의 고민이 이주배경학생들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프로그램 참여도가 저조하다는 문제였다. 새삼 다문화감수성교육의 필요성을 더더욱 실감했다. 다문화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배경 학생들이 과다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환경은 일반 학생에게도 이주배경 친구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보다 못한 친구를 돕는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경향이 크며, 이것이 이주배경학생에게도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주배경학생들에게는 우리 모두 다문화라는 접근이 심리적, 정서적 부담을 덜 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자신처럼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는 자각은 소수자에게 큰 각성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 학생들 역시 다문화가 나와 다른 일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함으로써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여행, 유학, 취업 등 여러 계기로 앞으로 이들이 글로벌 사회의 일원이 될 텐데 그에 걸맞은 규범과 행동을 배울 수 있을 뿐더러 글로벌 세계에서 아시안, 코리안으로서 언제든 자신들이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각성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다문화감수성 교육을 통해 출신국, 인종, 피부색, 남녀, 계층, 장애-비장애, 성격(외향-내성), 도시-농촌 등으로 확장함으로써 학생들이 통상과 다른 구분으로 생각할 기회를 주고 모든 학생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다문화감수성 교육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낮은 편이어서 안타까웠다.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연구팀은 다문화교육이 그저 세계의 다양한 문물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것에 그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체계를 갖춘 다문화교육과정 개발에 주력했었다. 그 결과 교육 내용에 있어서 3개영역(다양성, 관계성, 보편성)과 이들 영역에서 핵심역량을 선정하여 인정, 관용, 수용, 공감, 소통, 협력, 반차별, 반편견, 세계시민성 등 9개 역량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구체적 프로그램의 제시 보다는 기본적 프레임 개발에 더 의의를 둔 것이었다. 따라서 다문화감수성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교육의 실행과 피드백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교육프로그램 또한 교과연계 프로그램과 비교과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화될 수 있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