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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지개의 꿈과 역사, 그리고 미래(정병호 이사)

  • 관리자
  • 2016-03-30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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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의 꿈과 역사, 그리고 미래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정병호(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

 

이제 우리는 21세기 한국에서 다문화의 꿈을 꿉니다. 지난 세기, 우리 민족의 이산과 분단의 역사가 빚어낸 '한민족 다문화', 우리 안의 그 '다름'이 언젠가 무지개 빛깔로 어울려 함께 되는 꿈을 꿉니다. 새롭게 우리에게 온 다양한 이주민들이 그 무지개의 빛깔을 더욱 영롱하게 해주는 그런 나라를 꿈꿉니다. 그 나라는 남과 북의 차이와 다름이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되지 않는 곳, 그래서 탈북 청소년들과 조선족 출신 청소년들이 주저하지 않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꿈꿀 수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물론 그 무지개 나라는 어머니 아버지의 고향과 나라가 부끄러움이 되지 않는 곳, 말투와 생김새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곳입니다. 어제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필리핀계 어머니의 딸과 오늘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베트남계 어머니의 아들, 그리고 경기도 안산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파키스탄계 아버지의 딸들이 앞으로 40년 안에는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2009, 무지개청소년센터 홈페이지 기고문, ‘무지개의 꿈중 일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전신인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처음 설립된 2006년은 한국 사회가 다문화 원년’, 즉 다문화 사회의 시작을 알린 해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잠시 있다가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을 함께 살아갈 이주민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전의 우리는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를 가진 혈연적으로 순수한 단일민족국가의 국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면서 다른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 온 중국 조선족, 러시아 고려인, 탈북 이주민들이 조금 달라진 언어, 조금 다른 문화를 가진 한민족 다문화의 현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다양한 민족, 언어, 종교를 배경으로 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은 우리안에 혈연적 다양성과 아울러 문화적 다양성을 더해 주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일하며 지속적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었고, 여러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며 사회생활의 활력을 더하고, 결혼과 돌봄을 통해 가족과 공동체를 되살려 나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다문화정책이 다방면으로 모색되었습니다. 이주청소년을 위한 정책 수립은 탈북청소년을 위한 지원 사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00년 무렵부터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탈북 아동과 청소년들은 난민적 성격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긴급한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북한사회의 기근으로 인한 영양 발달의 문제에서부터 탈북 과정의 교육 공백, 가족 이산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 남북 간 문화차이와 사회적 편견까지 극복해야하는 중층적 어려움에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좌절하고 방황하였습니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에 통일부를 포함한 기존의 정부 기관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적은 사람들의 작은 문제라고 여긴 탓이기도 합니다. 이 상황에서 민간단체(NGO)와 민간 교육자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개입이 절실히 요구되었습니다.

 

()무지개청소년센터의 모체가 된 ()남북문화통합교육원은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센터인 하나원 안에 탈북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하나둘학교를 설립하여 적응교육을 처음 시작한 단체입니다. 20012월이었습니다. 이후, 하나원을 나온 무연고 청소년들의 생활공동체인 늘푸른학교(2002)’를 민간단체 차원의 긴급구호 방식으로 만들고, 남한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동들을 위한 한누리학교(2003)’를 만들었으며, 청소년 대안교육터전인 셋넷학교(2004)’의 설립도 지원하였습니다.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지기 전에 민간 교육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진행된 탈북 이주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은 한국 사회에 아직 생소했던 이주배경 청소년 문제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대응방안을 수립하는데 든든한 기초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민간단체 차원의 탈북 청소년 긴급지원 사업은 많은 감동적인 초기 실천사례를 만들어 나갔지만,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전문성과 사업지속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의 연구개발 과제로 무연고 탈북청소년을 위한 기숙학교를 기획 제안하여, ‘한겨레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탈북청소년지원센터의 설립도 함께 추진되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고, 일상생활 문화 영역에서 심리정서적인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응이 가능한 전문기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학교교육 중심의 교육부는 물론, 성인북한이탈주민 정착사업 중심의 통일부까지도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전문적인 센터 설립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있었던 청소년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센터설립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재단법인 형태의 민간기구로 이주 청소년을 위한 무지개청소년센터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탈북 이주 청소년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조선족 이주 청소년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이주배경의 이주 청소년을 지원하는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 아직 생소한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처한 문제를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여러해 전부터 탈북 이주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지원해 왔던 민간단체의 경험과 참여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민간 전문가들이 직접 설립에 참여하여 창의적 프로그램 구성과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민관 협치 다문화 정책 모델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출발은 정신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무척 건강하였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조건에서 이주 청소년 교육에 헌신해 온 교사와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오래도록 이루지 못했던 무지개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자 열정적으로 일했기 때문입니다. 초대부터 2대 소장까지는 월급도 활동비도 없이 현직 교수들이 자원하여 일했습니다. 이주와 청소년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박사급 부소장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다양한 초기 프로그램들을 실험하고 정착시켰습니다. 정부 행정 체제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현장에서 직접 이주 청소년을 교육하고 지원했던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팀장과 팀원으로 활약하였습니다. 정부 행정체제 밖에 설립된 신설 재단으로서 재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매우 취약했던 초기 상황을 이렇게 꿈과 열정으로 극복하며 무지개청소년센터는 성장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무지개청소년센터는 법정단체인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기구와 재정만 커진 것이 아니라, 사업규모와 프로그램 내용도 다양해졌고, 사회적 위상도 확고해졌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다문화 이주 문제에 대해 앞장서 대응하며 시대를 선도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구가 확대되고 제도화된 만큼 경계해야 할 일도 많아졌습니다. 사업이 안정되고 프로그램이 정규화 될수록 관례적인 형식으로 굳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날 유럽의 난민 문제에서 보듯이 이주와 다문화란 주제는 늘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도전적 과제입니다. 창의적 대응이 관례의 답습보다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현장입니다.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이 사회의 소수자로서 다수의 편견과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이들이 주관적으로 겪고 있는 억압과 갈등에 대한 공감과 연민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들이 이 시대의 우리 문화,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꿋꿋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비를 맞는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들을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열어갈 파트너로 신뢰하고, ‘리더로 키우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제 다시 무지개의 미래를 꿈꿉니다. 우리의 꿈 중에는 악몽도 있습니다.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차별과 냉대 속에서 성장하여 지하철과 공항에서 자살폭탄을 터트리는 무수한 IS대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존중받고 자란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누구보다도 다른 소수자들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보듬는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키운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동독 출신의 메르켈 독일 총리, 폴란드 이민자의 아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아프리카 유학생의 아들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우리 사회를 이끄는 새로운 지도력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시리아 난민의 아들 스티브 잡스나 난민 출신 과학자 아인슈타인, 음악가 쇼팽과 같이 인류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기 바랍니다. 바로 그런 꿈이 현실이 되도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한 열린사회로 이끌어 가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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