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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레인보우스쿨) 은수연 선생님
- Writer
- 관리자
- Date
- 2014.05.27
- Views
- 2387

사진: 안산레인보우스쿨 학생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견학(5.23)
글쓴이: 은수연(안산이주아동동청소년센터_안산레인보우스쿨 담당자)
Speech 1. “나는 꿈이 없어요.”
중국에서 온 하늘이(가명)는 13년 만에 처음 엄마를 만났다. 어머니는 하늘이가 한국에 오기로 결정된 후 다급한 마음에 직장도 그만두고 하늘이가 다닐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아다녔다. “3세 때 마지막으로 보고 처음이에요. 나는 무서워요. (아이가)너무 컸을 것이고 사춘기일 나이에요. 나는 엄마이지만 (아이에 대해, 그리고 키우는 방법에 대해) 잘 몰라요.” 친구의 소개로 본 센터에 찾아온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며칠 뒤 어머니와 함께 찾아온 하늘이는 작은 체구에 큰 눈이 예쁜 학생이었다. 하늘이와 레인보우스쿨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꿈이 없어요.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없어요. 한국에서 나는 쓸모없는 아이에요.”
하늘이는 울면서 말했다. 낯선 땅, 낯선 언어와 문화, 한국에서 처음 만난 새 아빠와 5살 동생.
새로운 환경과 가족 구성,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정규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불안감. 하늘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입국 초기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노력을 하시던 어머니도 생활이 바빠 점점 멀어졌다. 어머니는 하늘이의 생활습관이 못마땅했고 생각처럼 빨리 배우지 못하는 한국어 실력에 짜증도 났다. 한국어 수업 시간에 보는 하늘이의 눈빛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엄마가 그랬어요. 나는 쓰레기에요. 나는 동생보다 한국말도 못하고 잘하는 것도 없어요.”
Speech 2. “선생님! 내가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하지요?”
지난 여름, 하늘이는 다른 친구들과 9박 10일 간의 국토순례에 참여했다. 평소 운동량도 적었고 평발로 걷는 것도 너무 힘들었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밝고 명랑한 하늘이의 모습에 함께 한 한국 학생들도 친구가 되자며 먼저 다가왔고,그들은 금방 친해졌다. 10일 간의 국토순례가 끝남과 동시에 레인보우스쿨은 2주간의 방학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헤어지는 날 하늘이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내가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하지요?”
한국어로 말하기를 꺼려하던 하늘이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Speech 3.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8월이 되면서 수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진학, 본국귀국 등의 이유로 레인보우스쿨을 떠난 친구들도 있고 새로 온 친구들도 있었다.새로 편성된 반에서 한국어를 잘하는 편에 속하자 하늘이는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오후 프로그램인 미술과 POP에서 뛰어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리고 빨리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더 예쁜 글씨 잘 쓸 수 있어요!”
어머니와의 상담을 통해 하늘이와 어머니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하늘이의 재능개발을 도와주기로 했다. 하늘이는 미술선생님과 함께 미술치료와 병행하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리고 POP수업을 따로 진행하여 전문가 과정까지 배워보기로 했다.
이제 하늘이는 한국에서 새로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동생과 한국어로 대화하기 시작했고, 처음 레인보우스쿨에 참여했을 때 구름위에 떠 있던 하늘이의 집 그림은 땅으로 내려와 행복해졌다.
Speech 4. “선생님! 나는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하늘이는 많은 고민 끝에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였다. 3월이 끝나가던 어느 날 교복을 입고 나타난 하늘이는 “선생님!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친구도 많아요!”라고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였다. 주말에 새로운 친구들과 벚꽃구경을 간다며 즐거워했다. 학교에서는 처음에는 말도 잘 안하고 눈치를 많이 봤지만 이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과 학교생활이 많이 익숙해지고 능숙해졌다고 한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만나다.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이하 센터)는 2013년 중도입국청소년 초기적응지원사업을 시작하여 올해로 2년차를 맞이했다. 한국어 전문 강사와 함께 총 3개의 수준별 한국어 수업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들을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기초 한국어 습득뿐만 아니라, 진학, 취업과 같은 진로에 대한 지원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방법, 한국사회 내 예절 등과 같은 기초 문화습득을 위한 지원 등 사례관리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
▍말로도 전달되지 않는 마음 속 어려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낯선 땅 한국에 오게 된 아이들은 갑작스런 생활환경의 변화, 새로운 가족의 구성, 문화 차이, 언어 소통의 불편함 등으로 인하여 높은 심리적 불안,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어느 곳 하나 이러한 어려움을 말하고 위로 받을 곳이 없었다.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레인보우스쿨에 오는 것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센터에서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한국사회 초기적응을 위해 언어 및 학습지원이 가장 우선 시 되어야 하지만, 이와 더불어 심리·정서적 지원의 시급성 및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2013년 상반기 특기적성활동, 체육, 미술, 댄스 등으로 구성했던 수업에서 하반기부터는 원예치료, 미술치료, 체육 등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한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금 만난 가족들 사이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부모상담 및 부모교육을 실시하여 양육자와의 의사소통 및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준비되어 있지 않는 한국 사회
안산은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한 체계화된 전일제 한국어 습득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은 본 센터가 전부인 실정이다. 그 외 여러 외국인지원단체 또는 종교단체에서 주 2~3회 한, 두 시간 과정의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