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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북 청소년의 진정한 내적 통합을 위해서는(권오현 교수)
- Writer
- 관리자
- Date
- 2014.05.26
- Views
- 1636

<남북 청소년의 진정한 내적 통합을 위해서는...>
권오현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
요즈음 사회 각 분야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남북통일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 생각하면서 일반 국민들도 자신의 생활을 통일 후의 상황에서 상상해보곤 한다. 그러나 오랜 분단에 따른 이질감을 극복하고 통일 한국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 청소년들 사이에 사회문화적 일체감을 확대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2012년 실시된 중·고등학생 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35.3%는 ‘통일 및 북한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고 답하였다. 많은 청소년들에 있어 통일은 자신의 삶과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그저 먼 미래의 몽상일 뿐이다. 그래서 통일을 대단히 진부한 주제로 느낀다. 그들은 한민족 의식을 기준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주변 세상을 더욱 넓고 다양하게 보며, 통일을 민족적 과업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이슈를 낳는 시사문제 정도로 인식한다.
그렇게 된 원인은 여러 차원에서 찾을 수 있지만, 필자는 북한을 굶주림, 핵개발, 인권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로 덮여버려 청소년들 사이에 세대 경험을 공유할 건전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심적 공간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어떤 사회라도 관리 대상으로 낙인된 집단의 구성원은 마음속에서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족적 동일성과 북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북한 주민을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갈 바탕으로서의 인본성과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바라보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독일의 작가 브루시히 Brussig는 동독 청소년의 삶을 그린 소설 『존넨알레』를 통해, 동독 사회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지만 그곳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는 곳이었으며 그 속에서의 삶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기억한다. 동독 정권의 억압 저편에는 서독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꿈과 낭만, 가족 간의 믿음과 사랑, 다양한 삶의 애환과 행복이 내밀히 흐르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존넨알레』는 동·서독 청소년 사이에 진정한 이해와 존중을 가능케 하는 심리적 공간이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민주의식과 북한이해를 심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인간의 기본적 삶을 존중하는 인본성 교육에 주목할 때다. 진정한 통일은 외적 결합과 내적 유대를 모두 성취한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남북한 인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청소년 사이에 동질성을 공유하는 ‘내적 통합 innere Einheit’의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한다.
이 때 교육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은 청소년들이 신분이나 환경에 의해 특정 상황에 고립되는 것을 방지하고, 그들이 소망과 노력에 따라 사회적 정신적 자본을 공유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교육이 보편적 가치를 두루 확장시키고 새로운 관습이 정착되게 함으로써 사회적 변화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보면, 남북 청소년의 내적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수립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기존의 통일교육도 남북 청소년들의 세대경험과 특성의 동질화에 어떤 기여와 역할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 남북한의 이질적 체제 경험과 공통적 세대특성이 청소년의 삶 속에서 결합하여 하나의 인간을 형성해 내고 그 집합체로서 통일 한국의 건전한 청소년 세대를 육성하는 것은 통일교육이 지금부터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