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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청년활동가(박동현) 인터뷰
- Writer
- 관리자
- Date
- 2014.01.28
- Views
- 1581

- “이주배경청소년들에게 용기를 갖게 해주세요.”
2013년 청년활동가 기수대표 박동현
어느새 겨울이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한껏 몸을 웅크린 채 걸어가는 사람들, 말할 때마다 새어나오는 하얀 입김, 건물 한 구석에 조촐하게 자리를 잡은 크리스마스트리, 달랑 한 장남은 2013년 달력 등, 서서히 겨울의 풍경이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 그래서 참 아쉽다. 언제나 같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보내온 일 년, 일 년 인데 2013년, 올해는 조금 더 아쉽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무지개 청소년 센터 청년활동가’가 자리 잡고 있다. 여러 번의 회의, 취재, 기사 작성, 사진 및 영상 촬영 등 올해 봄부터 지금까지 서툴고 어색했지만 두 주먹 꼭 쥐고 달려들었던 활동들이 계속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아쉬움으로만 남아서는 안 되지 않을까? 아쉬움을 더 높은 곳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이주배경청소년재단이 앞으로도 내 몫까지 쉼 없이 노력해 줄 것이라 믿는다. 분명 그럴 것이라 믿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곁에서 재단 선생님들의 노력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고를 너무나 잘 알기에 사실 재단에 감히 바라는 점은 없다. 단지 내가 느낀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재단, 활동가뿐만 아니라 이주배경청소년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 아쉬움은 바로 ‘용기’이다.
어릴 적에 부엌 높은 곳에는 부모님이 몰래 숨겨두신 과자 통이 있었다. 어린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는 과자통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의자를 이용해 싱크대로 올라가 발레리나처럼 발끝을 세운 뒤 있는 힘껏 손을 뻗어야했다. 하지만 너무 무서웠다. 용기를 내야 했다. 용기를 내어 그 곳에 올라가야만 맛있는 과자를 얻을 기회라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난 과자를 먹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싱크대 높이가 허리춤까지 밖에 오지 않는 이제는 더 이상 과자통 때문에 용기를 낼 필요는 없다. 물론 튀어나온 뱃살을 생각한다면 과자는 여전히 무섭다. 어찌됐든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목표의 달성과 성공을 위해 용기를 가져야 한다.
특히 이주배경청소년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문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굳이 멀리 가지 않고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만 물어도 쉽게 알 수 있다. 2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사회와 격리되어 군 생활을 하다가 사회로 복귀해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생을 다른 나라에서 살다온 이주배경청소년들을 오죽 할까? 이런 이주배경아이들의 정착을 위해서는 여러 방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활동을 하며 만났던 이주배경청소년들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지만 한국에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단지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은 또래의 한국 청소년들을 만나려하기 보다는 고향이 같은 친구들을 만났다. 복잡하고 어려운 배움의 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단순하고 쉬운 노동의 길을 선택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나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과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려는 그 아이들의 용기가 필수적이다. 불투명한 미래, 막막한 현실, 그리운 과거를 이겨내고 한국에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그 아이들의 단단한 용기 말이다. 그러한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 단순히 “용기를 가져” 라는 말이 아닌 그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빠른 정착 보다는 완전한 정착을 우선 목표로 하여 천천히 용기를 가지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주배경청소년재단은 좀 더 다양하고 쉽고 재미있는 목표를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의 용기를 싹틔워 주고, 청년활동가(봉사활동 참여자)들은 그런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고민이나 걱정을 가까운 곳에서 들어주고 상담해주면 아이들 가슴속에서 싹 튼 용기는 더 크게 자랄 것 이다. 그렇게 자라난 용기를 바탕으로 이주배경청소년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그 용기의 씨앗을 옮기게 되면 가장 이상적인 목표 달성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에게도 용기가 필요다. 우리 모두가 용기를 가지고 시도하고 도전하여 이주배경청소년들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용기가 만들어 진다면 그 보상은 세상의 어떤 과자보다 더 달콤한 성공일 것이다.
처음 활동가를 시작했을 때 활동을 끝마칠 12월의 나의 모습을 나름대로 예상했었다. 모두와 즐겁게 한해를 뒤돌아보며 대단원의 막이 내리고 커튼콜이 쏟아지길 바랐다. 하지만 막상 12월이 되었고 나는 더 이상 커튼콜을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에게 지금은 단지 인터미션일 뿐이니까. 이주배경청소년재단이 만들어갈 더욱 성공적인 다음 막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무대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그만큼 2013년은 나에게 뜻 깊은 한 해였다. 이런 멋진 일 년을 보낸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이주배경청소년재단, 청년활동가들과 함께 이 행복을 나누고 싶다. ‘행복은 나눌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라는 말처럼 내가 나눈 이 행복이 모두에게 퍼져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현실을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