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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이사 인터뷰

  • 관리자
  • 2014-01-28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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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학교와 교사를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윤덕 이사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이주배경이라는 이 낯설고 생경한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3년 전 유럽을 떠올렸습니다. 중견기자들에게 주어지는 1년의 연수기회로 그해 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었지요. 남편은 서울에 남고 4학년 아들 녀석과 20개월 된 딸을 데리고 낯선 나라로 간 건데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뭐자신하며 겁 없이 도전했다가 온갖 설움을 짭짤하게 겪었습니다. 거리를 걷고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 느껴지는 사방의 시선이 저를 불편하고 주눅 들게 하더군요. ‘, 내가 저들과 다르게 생겼구나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짜 설움은 늦둥이 딸을 유모차에 태워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 눈물 나게 맛봤습니다.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까지 기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아들 녀석이 고산증에 걸렸습니다. 하산하는 열차 안에서 아이가 구토를 하기 시작하자 백인들이 기겁해 자리를 피하더군요. 어느 뚱뚱한 백인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그때 아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비닐봉지를 받쳐준 사람은 인도에서 온 남자였습니다. 파리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오다 길을 잃어 택시를 잡을 때도 애를 먹었습니다. 분명 ‘TAXI’라고 적힌 정류장인데도 빈 택시 예닐곱 대가 우리를 그냥 스쳐 지나갔지요. 궁기 흐르는 남자아이, 두건을 쓴 채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동양 여자이니 무시했던 겁니다. 결국 우리 세 식구를 차에 태워준 사람은 세네갈에서 온 흑인 기사였습니다.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을 찾아가던 날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뚝방 위로 올라가려면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를 통째로 안고 오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때 히잡을 두른 여인 서넛이 우릴 발견하고 달려오더군요. 아이와 유모차를 번쩍 들어 계단 꼭대기까지 올려줍니다. 그 중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여인이 제 어깨를 두드립니다.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아마도 힘내서 살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때 4학년이던 아들 녀석이 벌써 중학생입니다. 아이는 저보다 훨씬 다문화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럽에서 유색인종으로 당한 설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80개국 아이들이 모여 있던 스웨덴 학교에서 1년간 생활한 덕분입니다.

 

다문화 공동체로 빠르게 변모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저는 학교와 교사가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굴빛, 머리색, 말씨가 다르다고 해서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사라지려면 다문화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 거창한 일도 아닙니다. 제 늦둥이 딸은 스웨덴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유일한 동양 아이인 제 딸을 위해 교사들은 한국어로 된 인사말을 벽에 붙여 놓는가 하면 한국어 동화책과 동요CD를 구해 수업에도 활용했습니다. 학부모 미팅 때는 오직 저 한사람을 위해 한국어 통역사를 불러온 뒤 타문화권에서 온 저의 의견을 경청하더군요. ‘다름’, ‘다문화를 수혜 혹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풍부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한국의 학교와 교사를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로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주셨으면 합니다. 비상임 이사이지만 저도 그 일을 하는데 작은 몫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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