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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캐나다 연수

  • 관리자
  • 2013-07-02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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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캐나다 연수>

 

※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6월 초, 캐나다의 청소년 대상 반차별, 민주시민 교육 현황을 참관하여 프로그램 개발 운영의 시사점을 도출하고 다문화교육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연수를 실시했습니다. 5박 7일의 일정 동안, 온타리오 교육부를 비롯한 학교와 공감교육 실행 단체, 이주자 지원 기관 등을 방문했습니다.


 

󰊱 후기1

짧지만 긴……. 캐나다 연수

                     이 선 영 (서울양천초등학교 교사)

 

Q1. 캐나다라고 하면 유럽에서 건너간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라고 생각되는데, 캐나나도 다문화 사회인가요?

- 캐나다가 흔히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이고, 쾌백주가 유명해서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으로 쓰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미지 상으로는 백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요. 하지만 현재의 캐나다는 영국계민족이 약 28% , 프랑스계 23%, 독일계 3%이고 기타 다른 인종들이 43% 정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토론토에 260만 명 정도 살고 있는데, 중국 교민의 수가 약 60만 명, 우리나라 교민의 수도 10만 여명이 살고 있어서 다양한 인종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학교들도 대부분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어서 예상한 것과 달리 대부분의 학교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Q2. 그럼 캐나다의 다양한 인종에 대해 정부가 특별히 지원해 주는 것이 있는가요?

- 특별한 지원이 있다는 것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문화다양성을 철저하게 인정해 주는 국가로 다문화사회가 매우 안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인들, 이탈리아인들 또는 한국인들이 모여서 정착하는 경우 그 타운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 타운 주변을 그 나라의 거리로도 인정해 줍니다. 서로의 생활방식이나 문화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지요. 다문화종교 달력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달력에는 각 종교마다의 행사나 기념일, 기념일의 의미, 기념 방식 등을 이해하기 쉽게 표시해 둡니다. 이 달력은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만들어서 학교나 다른 기관에 배포한다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여 종교기념일이 있는 날이면 체험학습이나 다른 중요한 활동들을 계획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 서로의 문화간 충돌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을 드렸더니, 얼마 전에 지역 축구경기에서 이슬람인들이 터번을 쓰고 경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정부나 주 차원에서는 이것도 다 인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신문이나 매체를 이용하여 서로의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에서 타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서로를 이해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지요.

 

Q3. 다문화사회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안정된 사회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인 것일까요?

- 우선 캐나다는 이민을 장려하고 난민들도 수용하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이민을 장려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문화를 인정해 주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로의 동화가 아니라 모자이크 같은 다양성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서는 서로의 가치를 알고 존중하는 공감교육이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인권의 존중은 기본으로 하고, 자신들의 감정을 충분하게 알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변화를 이끄는 것입니다. 이는 다문화 편견해소 교육의 일환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학교 폭력의 해소로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공감교육의 한 프로그램의 예로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 라는 것이 있었는데요. 이는 생후 2~4개월 된 아기를 초등학교 교실에 초대하여 약 7개월간의 변화를 봄으로서 \'공감을 비롯한 인성 교육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입니다. 캐나다의 유아교육학자 Mary Gordon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신경한 정서적 문맹(Emotional Illiteracy)’이 오늘날의 폭력과 따돌림 등 많은 문제와 갈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은 초,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9개의 주제로 27번의 수업을 가집니다. 같은 반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약 7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교실에 어린 아기를 데려와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인데요, 아기는 주제가 시작될 때마다 학급으로 엄마와 함께 온다고 합니다. 9번 정도 오는 것이죠.

  아이들은 교실에서 초록색 담요를 깔고 아기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처음 아기가 왔을 때 함께 환영하는 노래도 불러주고, 아이를 위해 재미있는 표정도 지어 줍니다. 그리고는 진행선생님에 의해 아이가 얼마나 컸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질문을 듣고 대답합니다. 아기와 엄마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보면서도 선생님은 계속 전체 반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데요. ‘아기의 표정이 어떠니? 아기가 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니?, 나도 이 아기처럼 느낀 적이 있니? 등을 계속해서 묻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대답하는데, 이것도 아기를 위해서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야 한다는 것을 약속한 작은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이유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유아식의 맛은 어떨 것 같니? 만약 시다고 느낀다면 여러분이 신 것을 먹었을 때 표정을 지어보렴. 아기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을 때의 표정은 어떨까? 음식을 먹을 때 아기를 혼자 놔두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어렸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회상하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느끼고,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아기에게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는지, 나의 감정이나 다른 이의 감정을 이해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교육의 장점은 서로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과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적응을 잘 못하거나 따돌림 받는 아이들이 아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입니다. 또 아기들은 직관적으로 누가 자기를 필요로 하는지 알아채면서, 인기 없고 고통스러운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아이를 찾아냅니다. 그 때 아기가 아무런 잣대도 없는 순수한 눈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에, 아이는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발휘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캐나다의 공감교육을 보면서 우리도 같은 방법은 아니더라도, 공감의 능력을 키워주는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4. 공감 교육이 학교에서 심리적으로 힘든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혹시 학교나 교육부에서 다문화교육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는 모습은 없었나요?

- 제가 방문한 온타리오주 교육부에서는 현재 재학하는 학생들 중 13이 학교 폭력을 경험해 보았고, 1/5이 친구들을 괴롭혀 보았다는 문제의식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다각적인 대처방안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학교폭력은 violence라는 폭력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아니고 bullying이라는 괴롭힘이라는 용어를 쓰는데서 우리의 것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괴롭힘의 범주에는 신체적 괴롭힘, 언어적 괴롭힘, 사회적 괴롭힘, 사이버 괴롭힘을 들 수 있는데요, 욕하기는 물론 빈정대기, 놀리기, 거짓소문 퍼트리기, 타인의 문화나 종교, 인종,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농담을 하는 것 등 한국에서는 또래의 장난이라고 허용되거나 꾸지람 정도로 넘어갈 것 까지 심각한 폭력으로 다룹니다. 실제로 한 학생이 중국계 학생에게 우리식으로 말하면 짱개정도의 비하하는 말을 했다가 정학을 당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조치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괴롭힘 방지법이 작년 6월에 온타리오 주에서 통과되어, 더욱더 체계적인 폭력 방지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는데요. 이 부분에 있어 부모교육의 가이드라인을 다각적으로 제시하고, 폭력에 대체하는 교사, 학생, 부모들의 공감대 및 방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 위주의 방안이 모색된 것에 비해 캐나다는 처벌도 당연히 강화하면서, 부모와 학교 사회에 괴롭힘을 없앨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괴롭힘 없애는 분위기를 정착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이 시도되고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Q5. 교육부 차원에서는 다문화사회를 인정하면서, 학교 폭력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학교 현장은 어땠나요?

- 제가 방문한 초등학교는 토론토 근교의 신도시에 세워진 학교였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었고, 영어를 전혀 모르고 학교에 온 학생들이 1/5 정도를 차지하는 학교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지원하느냐 하는 질문을 당연히 드리게 되었지요.

  우선 학생들이 비영어권에서 입국을 한 경우 중앙다문화지원센터에서 예비학교를 거쳐서 간단한 문화적인 차이 등을 배우고, 거기서 언어수준을 체크 받고 학생들이 입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당연히 영어로 수업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따로 공부방과 전문 교사를 두어 영어 수업을 더 받거나, 학습이 부진한 경우 특별학급에서 중요과목만 배운다고 하는데 이때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를 낸다고 합니다. 교실에 큰 짐볼이 있고 아이들도 훨씬 자유롭게 않아서 수업을 받는 모습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영어를 못하시는 경우에는 교육청 통역지원 서비스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청 홈페이지는 다양한 언어로 변환이 가능하게 해 놓았는데 그 언어의 수가 무려 20여 가지가 넘었습니다. 직접 보여주는 모습에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하고 제가 우리의 교육부,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영어로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지사항의 글이 3월 것까지만 전환이 되어서 이런 부분은 꼭 우리도 시행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나다의 초등학교에서는 꼭 읽어봐야 하는 중요한 가정통신문의 경우 여러 가지 언어로 꼭 읽어 보십시오라는 문구가 붙어서 나간다고 합니다. 우리도 베트남 어린이가 있는 반에는 베트남 어로, 스리랑카 어린이는 타밀어로 이런 간단한 문장을 학기 초에 알아두었다가 담임선생님께서 스티커로 만들어 정말 중요할 때는 붙여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 곳 선생님께서 직접 도서관에 데려가 다문화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책도 많이 보여주셨는데요, 도서관의 한 코너에 영어와 여러 가지 언어로 함께 나와 있는 동화책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쓰여 있는 동화책 등이 이미 도서관에 많이 구비되어 있었고요. 다문화도서라고 하는 책들을 몇 박스나 가져오셔서 아이들에게 수시로 읽어주고 토론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사실 문화적, 종교적 차이로 서로의 갈등이 없을 수는 없을 텐데요. 통합학급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 그 행동은 창피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평소에 토론 수업을 많이 해서 갈등을 풀어나가는 쪽으로 이끈다고 합니다.

 

Q6. 캐나다의 초등학교에서 하는 지원이나 프로그램을 말씀해 주셨는데 다른 중, 고등학교나 지역사회의 지원 프로그램은 없나요?

- 지역사회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이민자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해주는 Gateway center란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는 환영프로그램이라고 해서 8-10회 정도 정착을 도와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하고, 학생들과 주민들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운동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서로의 친목도 도모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6세 이하의 아기들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어린 아기가 있는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기가 더 힘든데 이를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있어 좋을 듯 하구요. 센터의 직원 대부분이 다른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학생들이 무료로 봉사 하는 사람들이며, 재원도 일체의 정부지원이 아닌 기부금과 자체 프로그램비를 받아서 한다고 하니, 지역사회 주민들이 새로 온 사람들에게 모두 한마음이 되어 정착을 돕고 환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아이들이 컸기 때문에 멘토로서 도와줄 사람이 없는데 그 역할을 학교 경찰이 하고 있다고 하여 놀랐습니다. 다문화가정 학생이든 학교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학생이든 학교경찰을 늘 보게 되는데요. 그 경찰을 자주 봄으로서 서로의 친근감을 높이고 , 밥도 같이 먹고 하는 멘토의 역할을 함으로 일탈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교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형같은 존재(big brother program)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죠. 그리고 학교에 문제가 생기면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상황을 알도록 하고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고,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리더십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어 스스로가 나쁜 행동과 아닌 것을 구분하여 판단하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전에도 캐나다 연수를 한 달간 다녀왔는데 , 한달 동안에도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일주일 만에 배우고 왔습니다. 짧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 주는 긴~ 연수가 될 것 같습니다.

 

 

 

󰊲 후기2

 

캐나다의 교육 현장을 다녀와서, 냉정과 열정 사이....

이 지 영 (송파중학교 교사)

  다문화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는 인종, 민족에 국한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개인차, 민족, 인종, 종교, , 언어, 사회경제적 계층, 연령, 능력, 신체적 조건, 성적 취향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고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다문화라는 큰 틀 속에서 같은 성격을 띤다.

  필자가 2006년 독일 지역을 여행했을 때 당시 현지 교민 신문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인 마켓에서 자반고등어를 구입한 주인공은 버스에서 한 독일인과 한 자리에 앉게 된다. 처음에는 웃는 낯이었다가 나중에는 얼굴을 돌리고 차창 밖만 바라보고 있더란다. 속으로 너도 별수 없는 인종 차별주의자구나싶어,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불쾌감이 들었단다. 집에 와서 문득 깨달은 사실. 자반고등어를 담은 비닐이 일부 뜯겨서 거기서 지독한 냄새가 새어나오고 있었단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함께 앉아 있었던 그 독일인은 그 생소하고 고약한 냄새를 내내 맡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독일인은 자신이 인종주의자로 오해받을 것이 두려워, 차마 자리를 뜨거나 불평을 하지는 못하고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참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기고자의 평가에 따르면,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의 경험으로 인한 죄의식과 이를 잊지 않도록 하는 독일 교육의 힘이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그들이 인종 차별의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줬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독일인들이 타 인종에 대해 차별 의식이 전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 중에도 인종차별주의자가 많다는 것은 스킨헤드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오랜 교육의 결과로 인종차별적인 인식공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는 점이다. 싫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타인(타 인종, 동성애자 등 모든 소수자)에게 초연(aloof)한 태도를 취한다는 의미다.

  다문화 교육의 시작 혹은 목적 역시 이질적인 타인들이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해서 초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은 너와 내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뿐이라는 것이다.’라는 캐나다의 다문화주의 모토는 이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 통합의 기제로서 우리는 공동체로서 하나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등등의 구호는 자칫 자유로운 개인들의 개성을 억누를 수 있는 음울한 전체주의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에서 더 큰 갈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경쟁 위주의 교육이 가져온 서열화와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서 권력 관계에 민감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삶의 습성이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라는 미사어구로 표현되고 있지만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비교의 대상으로 삼으며, 삶의 방식에 간섭하고, 자신의 인식과 사고의 틀에 타인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 한 주체와 객체가 엄격히 나뉘고 객체는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주체와 객체는 권력관계의 상하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관계에서 개인은 일상의 삶 속에서 권력의 다양한 층위를 경험하게 되고 어떤 식으로건 우위를 차지해야하는 것이 중요한 과업으로 다가온다. 순혈주의에 대한 집착 역시 이방인과 자국인을 가르는 하나의 잣대로서, 다문화를 대하는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일 것이다.

  우리가 다문화교육에서 유념해야할 점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 그들은 우리와 동등하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의 밑바탕에는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고 그들의 입장에 서보는 공감의 교육이 있어야 한다. 사실 다문화 수용성 함양을 위한 교육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단계만으로도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상위의 단계인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문화적 토양을 풍부하게 하고, 삶을 가꾸어 가는 것은 개인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일지 모른다.

  서울대에서 다문화 교육에 관한 강의를 할 때 학생들의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다문화주의를 채택한다면 국가의 정체성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사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다문화주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나라들에서 풀지 못한 숙제가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그러나 저명한 다문화 학자이자 캐나다 퀸즈 대학 교수인 킴리카가 이야기한대로 정체성이 단일하게 개념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동화주의적 인식의 산물이 아닐까?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통일화되는 것이 국가 정체성이라면 이것이 전체주의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나는 학생의 물음에 답했다. “왜 다양성이 국가 정체성이 되면 안 되는 것이냐.

  1971년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와 다양성의 인정을 국가 정체성으로 삼았다. 물론 이들의 이러한 실험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캐나다에 국가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가. 혹은 국가는 사회 통합의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캐나다의 저명한 시인이자 교육학자인 더그 비어즐리가 말한 대로 캐나다인들은 뚜렷한 국가 정체성을 원하지 않는다. 대부분 돈과 평범함을 숭상하는 이 냉담한 나라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열망마저도 그저 일시적인 국면인 듯, 한 세대에 한 번 몰려왔다가 바위투성이 해변을 쓸고 나가는 따스한 파도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질적 존재에 대해서 편견과 이유 없는 불쾌감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초연함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이런 태도를 갖는다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라 쉽지는 않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는데 일조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겉으로 강압함으로써 얻어지는 외적 평화가 아니라 내적인 힘, 즉 관용(torerance)의 증진으로써 나타나는 초연함이 다문화 교육이 치열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성취해야 할 최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냉정과 열정사이... 타인에 대한 초연함이라는 냉정을 얻기 위해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는 캐나다의 교육 현장에서 나는 그 가능성을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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