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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뉴스레터 오피니언

  • 관리자
  • 2013-04-03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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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주민센터 레인보우스쿨 담당자의 목소리를 듣다!

 

최수정(수원이주민센터)

 

  처음 수원이주민센터에 중도입국청소년이 찾아온 지도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당시에는 이들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한 명, 두 명 센터에 찾아오니 무언가 도움을 주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개설되어 있던 한국어 수업을 이주여성들과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 레인보우스쿨을 진행한지도 올해로 3년이 되어 간다. 현재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레인보우스쿨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앞으로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작년에 레인보우스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중도입국청소년 중에 중국에서 온 18살 남자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중국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했는데, 계속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프로그램을 수료할 때쯤에는 한국어도 중급 정도 되는 실력을 갖추었고 무엇보다 성실한 아이라서 상담을 할 때 몇 번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학교는 싫다며 자기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작년 상반기까지 레인보우스쿨을 마치고 일을 하겠다며 센터를 떠난 아이는 지금까지도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집에서 컴퓨터만 하면서 놀고 있다.

  또 이런 친구도 있다. 베트남에서 온 16살 남자 아이인데, 어느 누구보다 빠른 한국어 습득력을 보여주었고, 눈치도 빠르고 똑똑했다. 베트남에서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왔다고 하기에, 이 친구에게도 학교에 다니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만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것은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센터에서 한국어를 좀 더 배워서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어를 어느 정도까지 배운다는 것인지,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인지는 막연할 뿐이다. 이 친구는 아직까지 센터에 나오고 있다. 한국어는 같은 교재를 세 번째 반복하면서.

  레인보우스쿨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한국 입국 직후 낯선 한국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한국어를 습득하고 한국의 문화, 관습 등을 익힐 수 있도록 해주는 4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이다. 그렇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4개월 과정을 마치고 바로 그 이후 자신의 삶의 여정을 찾아가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보통 1(, 2번의 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센터를 떠나, 센터 밖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떠난 이후에도 한국사회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거나(그러다가 다시 센터로 돌아오거나), 아예 떠나지도 못하고 계속 센터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위의 두 사례처럼.

  위의 두 명 모두 한국에 온 지 2년 이상 된 아이들로, 레인보우스쿨에 3차례 이상 참여했거나 참여하고 있다. 사실 중도입국청소년 입국 초기적응 지원이라는 레인보우스쿨의 본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이런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더 이상 참여시키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4개월 과정으로 짜인 프로그램에 반복해서 참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내지 못 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에게 센터 밖 세상에서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인보우스쿨 프로그램 안에서 학교를 보내는 것 이외에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지 못한 탓도 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고 한국에 들어온 친구들이, 선생님들과 자기이야기를 하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처음 가보는 장소에 다녀올 수 있을 만큼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분명 레인보우스쿨 프로그램의 효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센터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이 아닌 일반 한국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여전히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또한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입국 초기에 레인보우스쿨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정서적심리적 버팀목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레인보우스쿨을 마치고 바로 한국 사회로 나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벅찬 일이다. 레인보우스쿨과 사회진출 사이의 디딤돌로서의 단계가 필요하다. 센터처럼 중도입국청소년들끼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선생님이 아닌 일반 한국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와 관련된 자신의 직업 및 직장생활 등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들만의 공간에서는 벗어나서 한국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자신의 막연한 미래를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 볼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작년에 무지개청소년센터가 권홍 헤어스쿨과 연계해준 덕에 아이들 몇몇이 미용 교육 및 인턴쉽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미용 교육 자체도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미용 기술 이외의 면에서 성장하는 것을 동시에 지켜보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 센터를 벗어나 일반 한국 사람들과 만나는 공간이 주는 긴장감 속에서, 아이들은 교육 내용에 보다 집중하고 진지하게 임했다. 또한 스스로 한국어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미용을 계속하게 될 경우 어떤 경로를 밟아가게 되는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스스로 그려볼 수 있었다. 쉽진 않겠지만, 이런 식의 프로그램이 레인보우스쿨 이후 단계로서 제시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센터를 벗어나 한국사회로 진입하여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레인보우스쿨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나라를 떠나 낯선 한국 땅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왔다. 그렇지만 레인보우스쿨 자체가 아이들이 접하는 사회의 전부가 되는 경향 또한 존재하고 있다. 레인보우스쿨을 그만 두지 못하는 아이들, 레인보우스쿨은 떠났지만 집에 갇혀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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