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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비유물론 ― 객체와 사회 이론』 그레이엄 하먼 지음, 김효진 옮김

  • 갈무리  (galmuri)
  • 2020-04-03 21: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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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물론
Immaterialism

객체와 사회 이론

사회적 객체로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이력을 고찰함으로써
객체지향 사회 이론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비유물론’으로서 객체지향 존재론(OOO)의 핵심을
간명하게 소개하는 책!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 옮긴이 김효진 | 정가 16,000원 | 쪽수 264쪽
출판일 2020년 3월 27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64
ISBN 978-89-6195-230-9 93100 | CIP제어번호 CIP2020011130
도서분류 1. 철학 2. 과학 3. 인문학 4. 서양사상

 

 

이 책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라는 세계 최초의 기업을 본보기로 삼고서 복잡한 사회적 객체들을 분석하기 위한 새로운 철학적 방법을 소개한다. 내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본보기로 삼은 것은 G. W. 라이프니츠가 얀센주의 신학자 앙투안 아르노와 주고받은 유명한 서신에서 제기한 주장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서신에서 라이프니츠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관리들이 하나의 개별 객체를 형성할 수 없는 이유는 그 관리들이 자연적이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연’은 실재적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좋은 기준이 결코 아니라는 견해를 오랫동안 견지한 나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모든 나무, 산, 또는 동물에 못지않게 실재적인 객체라는 점을 몹시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그 주제를 선택한 저간의 사정이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비유물론』 간략한 소개

 

사회적 세계에는 어떤 객체들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특정한 피자헛 매장은 그 매장을 구성하는 종업원과 탁자, 냅킨만큼 실재적일 뿐만 아니라, 그 매장이 종업원과 손님의 삶에 미치는 사회적 및 경제적 영향과 피자헛 기업, 미합중국, 행성 지구만큼 실재적이기도 한가?

이 책에서 객체지향 철학의 창시자인 저자 그레이엄 하먼은 사회생활 속 객체의 본성과 지위를 규명하고자 한다. 객체에 대한 관심은 유물론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고 흔히 가정되지만, 하먼은 이 견해를 거부하면서 그 대신에 독창적이고 독특한 
‘비유물론’ 접근법을 전개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전일론적 네트워크, 수행적 정체성, 인간 실천에 의한 사물의 구성에 관한 현행 사회 이론들을 반박하는 『비유물론』은 철학과 사회 이론과 문화 이론에서 펼쳐지는 첨단 논쟁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의 흥미를 끌 것이다.

이 책은 
사변적 실재론의 한 갈래인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에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를 비롯하여 사회적 객체에 관한 이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의 독자는 하먼 특유의 명료하고 엄밀하며 생생한 문체도 어김없이 즐길 수 있다.

 

 

『비유물론』 상세한 소개

 

저자 그레이엄 하먼 자신이 “가장 애호하는 책”

이 책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책에서는 ‘VOC’라는 약자로 표기된다)라는 기업을 ‘사회적 객체’의 본보기로 삼고서 
“복잡한 사회적 객체들을 분석하기 위한 새로운 철학적 방법,” 즉 ‘비유물론’의 객체지향 사회 이론을 소개한다. 또 저자는 이 기회를 빌려 자신의 객체지향 존재론(OOO)을 종종 객체지향 존재론과 혼동되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 및 새로운 유물론(NM)과 구별함으로써 객체지향 존재론의 핵심을 부각한다.

이 책은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에 대한 입문서이자 객체지향 존재론의 사회 이론에의 응용 가능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실험으로 여길 수 있다. 저자 자신의 평가에 따르면, 이 책에서 제시된 객체지향 사회 이론의 비유물론적 “경로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통찰을 편입하기 위한 올바른 것”이다. 더욱이, 하먼은 이 책을 자신이 “가장 애호하는 책”이라고 고백하면서, “내가 결코 만난 적이 없는 저자에게서 나 자신이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품고서 거듭해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책”으로 내세운다.

비유물론 : 환원에 반대한다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적 제1원리는 ‘객체의 환원 불가능성’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자연적 객체든 사회적 객체든 간에, 다양한 규모의 개별적 존재자 또는 ‘실재적 조립체’로서 객체의 본질은 ‘물러서 있음’에 있고, 따라서 모든 객체는 ‘환원 불가능하게’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객체는 “행위를 실행하기에 존재하기보다는 오히려 존재하기에 행위를 실행한다.”

그러나 하먼에 따르면 
지금까지 구상된 객체에 관한 철학은 어떤 객체를 그 구성요소들로 환원하거나(아래로 환원하기), 그 관계들이나 행위들로 환원하거나(위로 환원하기), 아니면 이 두 전략을 결합하여 양방향으로 환원함(이중 환원하기)했다. 그리하여 객체를 객체에 관한 인간의 지식으로 대체하면서 객체 자체의 ‘무엇임’ 또는 객체성을 도외시했다. 하먼이 보기에는 지금까지 철학사에 제출된 모든 종류의 유물론도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하먼은, 이들 환원하기 전략은 객체를 인간과 연결함으로써 객체의 실재성과 자율성을 부정하게 된다고 비판한다.

코로나19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물론이 답하는 방식

예컨대 코로나19 바이러스란 무엇인지 묻는다면, 흔히 두 가지 답변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하먼의 설명이다.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아래로 환원하기) 말하거나, 아니면 그것이 무엇을 행하는지(위로 환원하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답변은 코로나19의 의미를 충분히 알려주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코로나19의 모든 특성을 알 수 있더라도, 그 특성들을 전부 나열함으로써 실제 바이러스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객체를 그것의 “물리적 구성요소들로 아래로 환원”하는 대표적인 전략이 고전 유물론 또는 과학적 유물론이고, 객체를 그것의 “사회·정치적 효과들로 위로 환원”하는 대표적인 전략이 사회구성주의적 포스트모던 유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하먼은 객체의 실재성, 즉 
‘환원 불가능성’을 긍정하는 자신의 객체지향 방법론을 ‘비유물론’으로 지칭하면서 “변화는 간헐적이고 안정성이 표준이다. 실체/명사가 행위/동사에 우선한다”와 같은 비유물론의 몇 가지 공리를 이 책 61~62쪽에서 제시한다.

인류세, 예술, 건축과 객체지향 존재론

단적으로 표현하면, 
비유물론은 “모든 규모에서 존재하는 존재자들을 어떤 근본적인 구성적 층위로 용해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 결과, 원생동물이든, 반려견이든, 피자헛 매장이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든, 행성 지구든 간에 모든 객체는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추고서 세계를 구성하고, 각각의 객체는 다른 객체들의 실재적 조립체라는 세계상이 부각된다. 그리하여 실재적인 객체로서의 지구는 자율적인 역능을 갖추고 있기에 인간의 생존에 무관하게 주변 환경에 따라 돌연히 변화할 수 있다는 탈인간중심주의적 자각이 기후변화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 시대에 객체지향 존재론 접근법이 갖는 의의이다.

한편으로, 
예술 작품과 건축 작품에도 역시 그 물리적 구성요소들로 아래로 환원하거나 그 사회·정치적 효과들로 위로 환원한다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함이 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양방향으로의 환원에 저항하는 미학을 제일 철학으로 삼는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이 철학보다 오히려 예술과 건축 분야에서 더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현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객체지향 사회 이론 : 사회적 객체의 존재론적 전기

비유물론의 객체지향 사회 이론에 따르면, 
인간들을 일부 구성요소로 삼는 실재적 조립체로서 사회적 객체는 불가피하게도 탄생, 공생, 성숙, 퇴락, 그리고 죽음이라는 독자적인 생명 주기가 있다. 인간중심적인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사회적 객체, 예를 들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인류에 미친 영향과 그로 인한 사건들이 중요하겠지만, 객체지향 사회 이론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자체의 존재 또는 본질의 형성과 변화에 주목한다. 이런 의미에서 객체지향 사회 이론은 사회적 객체의 역사를 다루기보다는 사회적 객체의 존재론 또는 존재론적 전기를 다루게 된다.

그러므로 객체지향 사회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회적 객체의 존재 또는 본질 형성과 관련된 메커니즘인데, 이와 관련하여 하먼은 린 마굴리스의 연속 세포 내 공생 모형을 사회적 맥락에 이식함으로써 구상한 독자적인 ‘공생’ 개념을 제시한다. 연속 세포 내 공생설은 진핵세포 내부의 소기관이 나중에 통합 세포의 부속 성분이 되기 전에 한때 독립적인 생명체였다고 본다. 하먼의 공생 개념은, 어떤 사회적 객체가 무언가 다른 객체들(사람이나 장소, 사물)과 유대를 이룸으로써 자신의 생이 전환되는 계기를 형성할 때의 관계를 가리킨다. 그런 공생이 강한 유대로 굳어질 때 사회적 객체는 성숙의 단계에 이르게 되고, 그 후에는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기에 퇴락을 거쳐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탄생, 성숙, 퇴락, 죽음

이 책에서 하먼은 
라이프니츠가 개별 객체로 인정하지 않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역사를 비유물론적 접근법을 사용하여 분석함으로써 개별 객체로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존재론적 일대기를 재구성한다. 여기서 하먼은 여섯 가지의 공생을 특정하여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맺은 각각의 유대 관계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특질을 비가역적으로 형성하는 전환적 계기가 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그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공생 국면을 그 기업의 탄생, 성숙, 퇴락, 죽음으로 구분한다. 끝으로 하먼은 사회 이론에서 “객체지향 존재론 방법의 15가지 잠정적인 규칙”을 사회적 객체를 분석하기 위한 지침으로 제시한다.

또한, 하먼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사회적 객체의 본보기로 사용함으로써, 이 책의 독자는 필경 향신료 무역의 독점권을 확보하고자 한 그 기업의 역사에 내재하는 폭력과 착취의 이력을 통해서 
동인도 지역에서 전개된 제국주의적 서구 자본주의의 실상을 엿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은 사회적 객체로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존재론에 관한 철학서이면서 동인도 향신료 독점기업으로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역사서로도 읽힌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비유물론』의 한국어판에 붙인, 32쪽에 이르는 지은이의 서문인데, 여기서 하먼은 “객체지향 존재론 방법의 15가지 잠정적인 규칙”을 철학적으로 새롭게 정당화하려고 시도한다. 저자가 진술한 대로, 객체지향 존재론은 “아직 역사가 짧은 철학이기에 다양한 전선을 따라 발달할 여지가 여전히 충분하다.”

두 번째 부분은 
『비유물론』의 영어판 텍스트로서 비유물론을 논의하는 1부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분석하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부 「비유물론」에서 하먼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새로운 유물론’을 배경으로 삼고서 자신의 객체지향 존재론을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새로운 유물론의 경쟁 이론으로 특징지으면서 그 변별점을 소개한다. 그리고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 사회 이론을 비유물론으로 지칭하면서 그것을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새로운 유물론의 환원하기 전략을 극복하는 사회적 객체의 분석 틀로서 제안하고 그 공리들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예를 들면, 실체/명사가 행위/동사에 우선하고, 사물의 무엇임이 사물의 행위보다 더 흥미로운 것으로 판명된다.

한편, 8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2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는 공생과 유대 개념에 기반을 두고서 사회적 객체로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이력을 꼼꼼히 분석한 후에 비유물론의 객체지향 사회 이론이라는 접근법의 15가지 잠정적인 규칙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사회적 객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열쇠는 그것의 공생들을 찾아내는 것이고, 객체의 퇴락은 그 공생들의 정형화에서 비롯되며, 객체의 죽음은 그것이 맺은 유대가 지나치게 강한 데서 기인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분은 『비유물론』의 본문에 붙인 2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진 부록이다. 

「전기적 의미에서의 퇴락: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서 거리두기」라는 제목의 첫 번째 논문에서 하먼은 『비유물론』에 대한 라투르의 비판에 대응하여 “공생과 퇴락의 일차적 의미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전기적”이라고 주장한다. 

「망각의 차가움: 철학, 고고학, 그리고 역사에서의 존재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하먼은 매클루언의 매체 개념을 차용하여 존재론과 고고학은 역사와 달리 구조와 패턴의 ‘차가움’을 추구하기에 『비유물론』에서 전개된 설명은 고고학적이라는 흥미로운 논변을 전개하고, 어쩌면 『비유물론』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고고학으로 일컬을 수 있다고 응대한다.

 

 

저자 인터뷰

 

● 아래 인터뷰의 원문 출처 및 전문 번역은 옮긴이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blog.daum.net/nanomat/1322

질문자 :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당신의 주요 사례로 사용함으로써 
당신의 논의에서 정치적 측면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 기업의 역사에는 대단히 많은 폭력과 착취가 내재하고 있습니다.

하먼 : 그 기업의 역설 중 하나는, 
네덜란드인들이 그 당시 유럽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인도적인 국민이었지만 그 기업으로 매우 효율적인 괴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에 네덜란드는 신생 독립국이었고, 네덜란드의 땅에서 수많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전의 스페인 지배자들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실존적 위험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덜란드는 그 기업에 대한 얀 피에테르손 코엔의 전망이 약속한 거대한 독점 이윤이 필요했습니다. 그 전망에는 다른 유럽 강국들을 폭력으로 따돌리는 일뿐만 아니라 아시아인들 사이의 교역을 지배하는 일도 반드시 수반되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이 방대하고 강력한 독점 기업은 참담할 정도로 많은 폭력과 연루되었습니다. ... 제가 네덜란드를 나쁜 행동을 저지른 국가로 의도적으로 선택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여 말하겠습니다. 최근에 신시내티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저는, 제 책을 높이 평가했지만 제가 그 시기 네덜란드의 절대적인 최악의 측면들에 집중했다고 느낀 한 네덜란드인 독자에게서 꽤 감정적인 반응을 받았습니다. 그 독자는 데 위트 형제 같은 네덜란드 자유주의의 몇몇 반대 사례들을 제시했습니다. 그가 잊고 있던 것은, 제 사례 연구는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네덜란드인들이 아니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였다는 점과 그 기업은 대체로 네덜란드 자체에 대하여 자율적이어서 통신이 느린 시대에 세계의 반대쪽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

질문자 : 한 지점에서 당신은 
“인류세 문명은 일회용 플라스틱 물건들과 그것들의 궁극적인 태평양 쓰레기장을 쉽게 제거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런 물건들에 너무나 많은 일자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라는 고고학자 이안 호더의 말을 인용합니다. 제게 그 말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현대 기업 사이의 유사점을 나타내었습니다.

하먼 : ... 
그가 선택한 사례는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입니다. 그 조명은 많은 쓰레기를 생성하고 많은 전기를 사용하기에 지구온난화 긴급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 그것을 금지하기로 할 결정도 있음직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대단히 많은 일자리가 번성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산업에 의존하기에 그것을 제거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우리 둘 다 아이폰을 갖고 있음을 알아챕니다. 아이폰을 제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광산에서 금속을 채굴하고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을 연마하면서 끔찍한 폐 질환에 걸리게 되었을까요? 호더는 아이폰이 소형 냉장고만큼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고 말합니다만, 저는 그 점을 독자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결함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옛 동유럽 공산주의처럼 환경이 나쁘게 되지 않고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은 채 자본주의를 해체하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어쩌면 오늘날 금채광 기업이 세계의 가장 사악한 기업일 것입니다. 맹견을 사용하여 지역 시민들을 공격하는 채광 기업들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 기업들의 채굴 조건은 지독하고 끔찍합니다. 광산 온도는 화씨 120, 130도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이들 광산 중 하나에 방문한 적이 있는 제 친구이자 기자인 그램 우드에 따르면, 광부들이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이유는 터널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연히 그들이 사용하는 유독한 화학물질들이 있고, 금을 채굴하는 사람들은 매우 작은 임금을 받습니다. 사실상, 몇몇 목격자는 앵글로골드 아샨티를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기업”으로 지칭했습니다.

질문자 : 그렇지만 그 틀 안에서는 그 체계가 스스로 전파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거대한 채굴 경제 안에서 인간의 힘을 식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먼 : 제 생각에, 몇몇 사례에서 남아 있는 인간의 행위주체성은 거의 없음이 참이고, 그래서 기업들 자체가 독자적인 비인간 이해관계를 갖춘 행위자가 됩니다. 때때로 저는 당혹스럽게도 객체지향 존재론이 시티즌스 유나이트 소송 사건에서 기업은 인격체라는 미합중국 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함에 틀림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비판은 제 관점에 대한 꽤 어리석은 오해입니다. 제 관점은, 기업과 개인이 모두 객체라는 것이지,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객체지향 존재론에 따르면, 뽀빠이와 일각수, 네모난 원은 객체이지만, 명백히 우리는 이것들이 인권을 보유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존재론적 물음과 정치적 물음은 전적으로 다릅니다. 우리는 모기에 투표권을 주지 않으며, 그리고 저는 동물권 활동가들이 모기는 퇴치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결코 없습니다. 자이나교는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판결이 기업들에 부여한 그런 의미의 정치적 권리를 기업들에 주지 말아야 하는 점은 명백합니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Graham Harman, 1968~)
미합중국 아이오와 출신의 철학자이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소재 남가주 건축대학교 SCI-Arc 철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9년에 시카고의 드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2000년부터 최근까지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현대 철학의 사변적 실재론 운동을 선도한 핵심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데거와 라투르를 기반으로 하여 객체의 형이상학에 관해 연구함으로써 발전시킨 객체지향 존재론(OOO) 덕분에 『아트 리뷰』(Art Review)에 의해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 주요 저서
『도구-존재 : 하이데거와 객체의 형이상학』(Tool-Being : Heidegger and the Metaphysics of Objects, 2002)
『네트워크의 군주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Prince of Networks : Bruno Latour and Metaphysics, 2009 ; 갈무리, 2019)
『쿼드러플 오브젝트』(The Quadruple Object, 2011 ; 현실문화, 2019)
『기이한 실재론 : 러브크래프트와 철학』(Weird Realism : Lovecraft and Philosophy, 2012)
『브뤼노 라투르 : 정치적인 것의 재조립』(Bruno Latour : Reassembling the Political, 2014)
『비유물론 : 객체와 사회 이론』(Immaterialism : Objects and Social Theory, 2016 ; 갈무리, 2020)
『객체지향 존재론 : 새로운 만물 이론』(Object-Oriented Ontology : A New Theory of Everything, 2018)
『사변적 실재론 입문』(Speculative Realism : An Introduction, 2018)
『예술과 객체』(Art and Objects, 2020)

 

옮긴이
김효진 (Kim Hyojin, 1962~)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다. 인류세 기후변화와 세계관의 변천사에 관심이 많으며, 블로그 <사물의 풍경>에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 옮긴 책으로 『네트워크의 군주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갈무리, 2019)이 있다.

 

 

책 속에서 : 객체지향 사회 이론

 

우리는 코로나19가 동물에서 기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RNA 바이러스라고 말할 수 있거나, 또는 그 바이러스가 많은 인간에게 심각한 폐렴을 유발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답변 중 어느 것도 코로나19의 의미를 망라하지 못한다. ... 설령 우리가 코로나19의 모든 특성을 알 수 있더라도, 그 특성들을 전부 나열함으로써 실제 바이러스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어떤 형태의 지식으로도 옮길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따라서 철학을 과학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근대의 장기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21쪽

 

훌륭한 이론은 서로 다른 종류의 존재자들을 궁극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이쪽에는 인간이 있고 저쪽에는 여타의 것이 있는 선험적인 근대적 분할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로 사전에 밀수하기보다는 오히려 획득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객체지향 접근법이 바람직한 이유에 관한 물음에 대한 답인데, 요컨대 훌륭한 철학 이론은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시작해야 한다.

― 1. 객체와 행위자, 46쪽

 

객체지향 철학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지적 생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인기 없는 물자체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1781년에 처음 출판된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서양철학에서 가장 최근에 발생한 대지진이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은 어떤 면에서 새로운 칸트적 풍경에 대한 반응이다. 칸트의 혁신이 단 하나의 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면, 그의 물자체라는 개념이 확실히 최선의 후보일 것이다.

― 5. 물자체, 76쪽

 

마굴리스는 전면적인 새로운 종의 출현을 가리키는 데 공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겉으로 보기에 다른 방식으로, 비유물론은 공생을 새로운 객체의 창조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일한 객체의 생에서 전개되는 유한한 수의 각기 다른 국면을 밝히는 열쇠로 제시한다.

― 7. 공생에 관하여, 104쪽

 

사회적 객체는 자신의 가능한 거취 범위가 급격히 협소해지는 귀환 불능 한계점이 있다. 나는 1623년을 VOC[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귀환 불능 한계점으로 여기고 싶다. 암본에서 영국인들을 학살한 이후에는 그 기업의 최대주의적 프로그램이 더는 철회될 수 없었는데, 이제 VOC는 유럽인들과 아시아인들에 공히 적대적인 강력한 독점에 전력을 기울이게 된다.

― 13. 객체지향 존재론 방법의 15가지 잠정적인 규칙, 182쪽

 

『비유물론』에서 내가 제시한 가설은, 그런 객체들은 모두 후속 발달이 더는 가능해지지 않기 전에 기껏해야 대략 여섯 번의 공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주된 이유는, 객체는 어떤 주어진 역사적 환경에서 자신을 최대화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결국에는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없게 되는 사정 때문이다.

― 부록 2. 망각의 차가움, 238쪽

 

 

추천사

 

『비유물론』은 현재 입수할 수 있는 객체지향 존재론에 대한 단연코 가장 좋은 입문서다. 하먼은 명료한 문체와 학문적 확신을 결합함으로써 객체가 왜 사회 이론에도 중요한 관심사인지에 대한 견실한 논증의 보고를 제공한다.

― 비요나르 올센, 노르웨이 북극대학 교수

 

독특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하먼은 분명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사례, 강력한 논증을 통해서 새로운 유물론에 대한 중요한 비판에 착수한다. 하먼의 『비유물론』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새로운 유물론이 정치 이론에 대해서 제기하는 많은 문제에 매혹적이고 참신한 몇몇 해결책을 제시하고, 게다가 나 자신의 생각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는 책.

― 마크 B. 솔터, 오타와대학 교수원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네트워크의 군주』(그레이엄 하먼 지음, 김효진 옮김, 갈무리, 2019)
현대 철학의 ‘사변적 전회’를 선도한 하먼의 ‘객체지향 철학’과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만나는 풍경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브뤼노 라투르를 현대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설득력 있게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자연’과 ‘문화’의 이분화를 넘어서는 ‘실재론적 객체지향 형이상학’을 인류세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철학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브뤼노 라투르 지음, 홍철기 옮김, 갈무리, 2009)
이 책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연구해온 인류학자인 저자 브뤼노 라투르가 근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에 던지는 독특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탈근대주의의 근대성 비판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라투르가 말하는 근대인의 본질은 이분법이 아닌 ‘하이브리드’의 증식이다. ‘하이브리드’의 이해를 통해서만 사회와 자연, 정치와 과학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현재의 정치·사회적 위기와 환경·기술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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