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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톡다톡 기타 소모임 강사(부용구 선생님)
- Writer
- 관리자
- Date
- 2014.09.26
- Views
- 1631

부용구 선생님
1. 1년여 동안 중도입국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어떠하셨나요?
지난해 6월 5일 첫 수업에서 만난 일곱 명의 친구들은 이미 ‘세븐 데이즈’라는 이름까지 만들어놓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기 전 중국어 한 마디도 못 하는 제가 과연 기타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살짝 불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음악이라는 세계 공통 무기(?)가 있으니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런 제 우려와는 달리 다행히 친구들은 한국어 기초과정을 통과해 간단한 표현은 할 수 있더군요. 그렇게 일곱 명의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친구들에겐 취업이라는 커다란 숙제가 있었고, 찾아온 기회를 다음으로 넘길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한두 달이 지나면서 친구들은 한 명씩 더 넓은 세계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 나갔고, 세븐 데이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어느 날은 일대일 수업을 하기도 했죠. 이후에 새로운 친구들이 비어 있는 자리를 채워주었고 수업은 점차 수준에 따라 맞춤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그나마 저와 오랫동안 배운 친구들은 평소에도 생각이 납니다. 친구들과 기타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묻기도 하고,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습니다. 같이한 시간이 짧았던 것은 차치하더라도 기타 연습에만 너무 주력한 건 아닌지…….요즘 새로운 친구들과 기타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음악 이외에도 친구들과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2. 레인보우스쿨과 잡아라 소모임에서 기타수업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레인보우스쿨 친구들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수업 중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친구들의 표정들에서 진지함도 장난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말이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음악을 배우기가 그리 마음에 차지 않겠지만 노력하고 있는 친구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여느 때와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익숙한 곡을 연주해주었을 때 분위기는 급(?) 뜨거워집니다.
재작년 즈음 음악 채널을 틀었다가 중국 차트 1위의 곡을 듣고, 괜찮은 노래구나 싶어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曲婉婷(곽완정)의 〈我的歌声里〉(나의 노래 안에)라는 곡이었는데, 많이 들어보고 기타로 연습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있던 어느 목요일, 한 시간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그 곡을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수업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두 명씩 노래를 따라 부르더니, 후렴에선 자리에 있던 모든 친구들이 노래를 같이 불렀습니다. 그러고는 다른 곡은 없냐며 자기들이 아는 노래들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연습한 곡이 몇 안 되어 많이 불러주지는 못했지만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한참 예민한 나이에 낯선 나라에서 즐길 거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죠. 기타를 처음 배우고 있는 이 친구들이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나중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기타로 연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곡에 신경 쓰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습니다.
3.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1년여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친구들을 만나 기타를 같이 연습하는 시간은 저에겐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좋은 중국 노래들을 알게 되었고 가끔은 저도 모르게 간단한 중국어로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 제가 가진 작은 재주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제게 기타를 배운 친구들이 다톡카페 개소식에서 공연을 했을 때 벅차오르는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초보 수준이지만 기타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재미있게 연습을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보다 더 높은 실력을 갖추게 될 겁니다. 그날을 상상하니 저절로 미소가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