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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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들과의 만남

Writer
관리자
Date
2013.12.03
Views
1251


아름다운 마음들과의 만남 - 무지개청소년센터 상담실

 

무지개청소년센터 통합지원팀 최고운

 

제가 무지개청소년센터 상담실에서 청소년들과 만난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길지 않지만, 의미 있었던 그 시간 동안 제가 느낀 점들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상담을 시작하면서 처음 가졌던 마음을 떠올려봅니다. 그것은 제 인생의 여정에 있어 새로운 출발이었고 앞으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청소년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 뛰기도 했습니다. 마치 여행가기 전날 밤에 잠 못 이루고 가방에 무엇을 챙겨 갈지, 앞으로 누구를 만날지 하는 기대와 설레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게 찾아왔던 고민은 우리 친구들이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잘 도울 수 있을까, 아름다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내가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또 제게 익숙한 한국사회의 문화와 다양한 문화권에서 지내온 청소년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 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은 많은 도전이 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상담을 통해 무엇인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저의 일에 있어서 원동력이자 때로는 무기력함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쉬운 일이 있을까요, 마치 마법의 약을 사용해서 단번에 해결할 수 있거나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듯이 청소년기의 인생고민, 학교생활, 또래관계, 가족관계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바뀔 수 있다면 또 좋은 것일까요.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담이 문제해결을 돕는 것이라기보다 우리들의 마음의 지도를 밝히는 등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어려움이 있어도 청소년들 마음속에는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그려온 지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그런 자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청소년들과 만날 때, 자신들에게 익숙한 생활양식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존중하려 했으나 오히려 제가 만난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만난 상담자에게 한국사회의 양식과 문화 채널을 사용하여 대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고민 가운데에서 우리 친구들이 보여주었던 마음은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과 능력인 동시에 제게 고마움과 배려로 느껴졌습니다. 문화는 지역적인 것이고, 사회의 다수에 의해 형성되며 사람들이 문화에 통합되는 것 같지만 인간관계는 언제나 상호배려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마음의 채널을 서로의 문화양식에 맞춰 보는 작업은 서로 모름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하는 짜릿한 공모가 아닐까 합니다. 덕분에 저는 우리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권의 경험들을 자원으로 가지고 있으며, 자동차 기어를 변경하듯이 그 사회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인생을 여행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을 봅니다. 여행하는 방법은 혼자 하는 것과 함께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도 가족, 학교, 모임, 동네, 그리고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삶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고유한 혼자만의 삶도 누릴 수 있어야 행복하지 않을까요. 우리 청소년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와 개성을 가진 동시에 자신이 속한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행복한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제가 만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인생의 어느 중요한 시점에서 함께 경험하도록 허락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