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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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관련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워크숍」참가 후기

Writer
관리자
Date
2013.09.03
Views
1733



  * 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관련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워크숍참가 후기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양승주 연구교수 

 

서울에 많은 비가 쏟아졌던 지난 7월 중순, 나는 미국 IDRI(Intercultural Development Research Institute)연구소에서 개최한 ‘2013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하계 워크숍에 참여했다. IDRI 연구소는 2006년에 설립된 비영리 연구소로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다. 이곳에서는 문화 간 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문화 간 이슈에 대해 교육 및 홍보사업을 활발히 하는 한편 다양한 전략 및 기술을 훈련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2013년 하계 워크숍은 포틀랜드 리드 칼리지(REED College)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워크숍에는 여러 과정이 개설되었는데, 나는 이중 710-1223일간 진행된 문화 간 훈련에 대한 교수법(Method of Intercultural Training)과정에 참여했다.

 

처음 강의실을 찾았을 때 놀라왔던 건 참여자의 상당수가 백인이라는 점이었다. 인종적으로 좀 더 다양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들의 직업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는 교직원이거나, 기업 대상의 컨설턴트이거나 또는 난민이주민 대상의 NGO 활동가 등 다양했다. 직무상 여러 문화와의 접촉이 많은 미국 문화권 사람들이 주요 참가자였다.

 

통상 문화 간 훈련은 단순히 지식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 간 차이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훈련을 구조화하는 교수법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 간 훈련에서 자주 사용되는 교수법은 우리가 잘 아는 강의, 브레인스토밍, 비디오 시청 등에서부터 스토리텔링, 역할극, 위기 사건(Critical Incidents), 시뮬레이션, 피시보울(Fish Bowl) 등 다양했다.

 

무엇보다 서툰 영어 실력 때문에 과정 내내 긴장을 놓지 못했다. 숫제 강의라면 귀만 쫑긋 하면 됐지만, 교수법 하나하나를 직접 체험하며 이해하는 것이어서 듣고 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힘들긴 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소수자 아시아인으로 이주배경청소년의 상황을 온 몸으로 체험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결핍은 실제 교수법을 소수자 입장에서 보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그룹 토의가 대표적이었다. 활동이 시작되자 대다수 참가자가 이상하게 경쟁적으로 변해, 주어진 시간 내에 멋진 발표를 하는 것에 집중했다. 활동을 주도하는 일부가 재빨리 토론 내용을 정리하고, 적당히 살을 붙여 발표를 했다. 같은 속도로 참여하지 못한 나는 적당히 물러나 관망했다. ‘그룹 토의 활동의 근본 취지가 무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많은 교육과정에서 활용도가 높은 활동이지만, 서로 다른 문화의 참가자들이 함께 할 경우 보다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기억에 남는 활동 중 하나는 자신의 몸으로 권력을 표현하는 게임이었다. 세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무대를 준비하고 한 팀은 관찰자가 되며 또 다른 한 팀은 배우가 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권력을 몸으로 표현하도록 역할이 부여됐다. 무대가 준비되고 관찰자들이 자리를 잡으면, 강의실 밖에 대기했던 배우들이 한명씩 안으로 들어가 몸으로 권력을 연출했다. 관찰자들은 배우의 표현을 보며 자신들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배우 역할을 한 사람도 자신의 포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연스럽게 권력에 대한 개인 간, 문화 간 생각이나 태도의 차이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피시보울은 한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일부 그룹이 그곳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게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뒤로 물러나 논평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활동이다. 워크숍에서는 비영어권 참가자들이 고충을 이야기 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문화권이 다른 참가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측면에서 유익했지만, 이를 활용할 때는 특히 소수자가 솔직하고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가 판단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가 신나게 보냈다. 영어가 생각나지 않아, 말해야 할 타이밍에 로딩(?)만 하다 끝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이주배경 친구들을 이해하는 값진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교육의 성과는 교수법, 그 테크닉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 대상자의 성향과 문화 등을 잘 파악하는 것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결핍이 준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