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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구 2%의 희망, 이주민의료센터를 다녀오다
- Writer
- 관리자
- Date
- 2013.06.04
- Views
- 2873
대한민국 인구 2%의 희망, 이주민의료센터를 다녀오다.
<이주민 의료센터 – 인터뷰 취재 기사>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보호 받고 싶은 순간은 ‘아플 때’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가까운 곳엔 늘 ‘약국’ 그리고 ‘병원’이 있고, 이를 통해 우리는 항상 안전을 보장 받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2.8%(2012.08. 행안부 보도자료), 낯선 한국 땅에 정착한 외국인 및 이주민들에게 있어 의료 서비스는 결코 가깝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140만 명 중 약 20만 명 정도가 건강의료보험 미등록자로,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아픔을 참아야만 하는 걸까요? 혹시 외국인 및 이주민을 위한 의료센터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 지구촌 사랑나눔 법인 사무국, 후원팀 이원재 팀장 인터뷰
Q1. 이주민의료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에서 2004년 국내 최초 외국인, 이주민들을 위한 무료 병원으로 개소하였고 현재 9년 차 운영 중입니다. 주5일 상시 진료(09:00~18:00)중이며 내과·외과·정형외과·산부인과의 전문의가 있습니다. 화, 금 저녁에는 예약자에 한에 치과 진료가 가능하며 주말에는 자원봉사팀의 무료진료, 처방을 통한 약품 전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략 36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진료를 받았습니다.
Q2. 주로 어떤 분들이 센터를 찾아주시나요?
→ 외국인, 이주민들 특히 중국동포들이 가장 많이 오십니다. 신분확인 절차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인, 외국인 모두 오실 수 있습니다.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을 가지고 오라고 공지한 이유는 진찰내역을 관리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연령,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에 거주하시는 모든 분들이 센터를 방문하여 의료 혜택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3. 센터를 방문하는 평균 방문자 수는 어느 정도이고, 가장 환자가 많은 진료과는?
→ 우리 센터는 외국인들이나 이주민들 사이에 꽤 알려진 편이라 하루 평균 약 80명의 환자가 찾아옵니다. 2012년 29개 병상을 갖추고 수술실을 운영할 때는 수술환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재정 문제로 수술실 운영이 어렵게 되어 현재는 내과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환자의 대부분이 한국에 오면서 식생활이 바뀌고 상대적으로 짜고 매운 음식을 많이 섭취하여 고혈압, 당뇨병의 질환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Q4. 이주민 의료센터를 운영하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 전적으로 후원금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개인 후원부터 기업후원까지 각계각층에서 저희 센터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십니다. 저 역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5. 근무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 2004년, 25살 외국인 청년이 감기로 사망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생활, 건설현장에서 일일노동자로 일하면서 가벼운 감기에 걸렸는데 결국에는 쓰러져 우리 센터로 왔다가 고대 구로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집중 치료를 시도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고 현장업체로부터 30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아 병원 치료비로 지불하려 했지만 700만원의 병원비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의료비 미지급시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고 하여 센터와 마찰이 있었지만 결국, 시신을 넘겨받아 장례를 치러드렸고 고향으로 시신을 운구하였습니다.
Q6. 센터에서 근무 하시면서 필요한 것 2가지만 꼽아 주시겠습니까?
→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신분증”입니다.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1차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는 아동·청소년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국적이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일단 한국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이 친구들을 보호해줘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권리를 위해서 부모의 신분과 국적에 무관하게 등록번호, 즉 신분증을 부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외국인들을 위해 “질 높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외국인들의 의료 서비스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건강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외국인일지라도 언어 문제, 비용적인 문제로 의료서비스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거점 병원들을 지정해서 전문적으로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Q7. 앞으로의 이주민 의료센터 계획이 무엇인가요?
→ 현재 수술실을 다시 열기 위해 준비 중이며 체계적이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중입니다. 또 다문화, 이주민 청소년들을 위해서 소아과 진료과목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비록 1차 의료 기관이지만, 앞으로 최신 의료 기기들도 갖추고 해서 외국인들을 위한 2차 상급 의료기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이주민의료센터 이병기 내과 전문의 인터뷰
Q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이주민의료센터 내과 진료를 담당하는 이기병 전문의입니다. 예전부터 센터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 공중보건의사로 파견되어서 이곳에서 군복무(3년)중입니다.
Q2. 환자분들에 대해서 소개 해주세요.
→ 이주배경 청소년들도 간혹 오긴 하는데,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 중 성인들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사실상 중장년층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또한 주로 감기나 가벼운 소화기 질환의 문제로 오는 환자들은 거의 없고 당뇨, 고혈압, 결핵, 희귀병 등 중질환의 환자가 많습니다. 어제는 평소에 숨이 가쁘다고 느낀 환자가 왔는데 검진 결과 심장에 1cm가 넘는 혈전덩어리가 차있어 급히 응급환자로 바로 협력병원에 이송시켜 드렸습니다. 이처럼 외국인 환자분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서 많이 소홀한 편인데, 의사로써 너무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Q3.이주민 의료센터에 근무하시면서 특별히 좋은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센터에서 근무하며 한국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 뿌듯합니다. 또한 환자분들과 좀 더 원활한 소통과 진료서비스를 위해서 현재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것 역시도 스스로에게 보람을 느낍니다.
여기 방문하시는 환자분들은 유독 중증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외국인 같은 경우에는 평소 자신의 건강 변화에 있어 가시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환자분들이 조금만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주 저희 센터로 와서 검사도 받고 서비스도 제공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한창 내과 전문의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다급한 노크소리가 들렸습니다. “쉼터에서 왔는데요. 같이 사는 한 사람이 숨을 안 쉬어요. 살려주세요.” 사색이 된 채 눈빛이 흔들리는 외국인의 모습에 놀란 인터뷰를 중단했고, 의사선생님은 급히 응급 환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외국인 쉼터에서 지내오시던 분이셨는데, 평소 당뇨질환으로 인한 상태 악화로 맥박이 불분명해져 쓰러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센터에서는 응급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일 뿐더러 불법체류자인 환자의 신분으로 인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데까지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 되었습니다. 결국 긴급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신분확인을 위해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응급차 안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센터 직원들도 흔치 않은 일이라며 함께 걱정하였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본적인 생존권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는 국적과 나이를 떠나서 동등하게 제공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의료장벽은 매우 높음을 실감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 및 이주민들에게 우리와 똑같이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권을 누릴 자유를 가진 인격체”로 존중해야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국적과 신분을 불문하고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아동 청소년, 외국인 및 이주민들, 그리고 한국인들”까지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언론홍보팀 정가람